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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그렇게 중요합니다
입력 : 2026-08-21 오전 9:43:30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당 홍보와 브랜드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김남준 홍보위원장은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선조치 과제로 앞으로 지도부가 당 행사를 시작할 때 허리를 45도 숙이는 '정중례'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의 홍보와 브랜드를 시대에 맞게 점검하고, 국민에게 더 친근하고 책임감 있는 정당으로 다가가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지도부의 언행과 행사 하나하나가 당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당의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첫 번째 선조치 과제가 '인사 각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의 정체성과 정책, 메시지, 국민과의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보다 허리를 몇도 숙일 것인가가 앞선다면 정치의 본질보다 형식에 매몰됐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민주당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거리감은 허리를 45도 숙이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에 실망하는 이유 역시 정치인이 고개를 충분히 숙이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홍보와 브랜드 혁신의 첫 과제는 인사 각도가 아니라 정치의 내용이어야 합니다. 당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정부와 여당으로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당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정책 실패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설명하고 사과할 것인지, 국민의 비판에 어떤 방식으로 답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한 브랜드 전략입니다.
 
정당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인사의 각도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입니다. 45도 인사를 하는 정치인보다 국민 앞에서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정치인이 더 신뢰받습니다.
 
당대표가 홍보위원장에게 홍보와 브랜드에 관한 '모든 부분'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고, 홍보위원장이 곧바로 이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첫 과제를 제시하는 방식도 썩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당 지도부와 당직자가 내부 논의를 거쳐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과, 지시와 화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에게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당 운영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평가할 만합니다. 밀실에서 결정하고 결과만 발표하는 정치보다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정치가 훨씬 낫습니다. 문제는 공개의 방식입니다.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모든 장면이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의 홍보와 브랜드를 재검토한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국민이 민주당을 어떤 정당으로 기억하고 있는가일 것입니다. 민주당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 메시지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정책과 홍보가 따로 놀고 있지는 않은지, 당의 공식 메시지와 소속 정치인들의 언행 사이에 괴리는 없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정치가 우스꽝스러워지는 순간은 정치인이 우스운 행동을 할 때만이 아닙니다. 사소한 형식이 본질적인 변화인 것처럼 포장될 때 정치 자체가 희화화됩니다.
 
보여주기식 정치는 짧은 시간 동안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되는 장면 하나가 당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정치의 본질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것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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