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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에 생긴 암세포
입력 : 2026-08-20 오후 4:27:08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상장은 한국 자본시장에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이 사안을 해결하는 것은 부동산 문제만큼이나 중요하고 난해한 과제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외와 부동산 폭등의 여파로 청년 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연애, 결혼, 출산까지 기피하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고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주력했던 것입니다. 5만원대이던 삼성전자와 10만원대이던 SK하이닉스가 현재의 밸류에이션까지 폭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펀더멘탈만의 성과가 아닙니다.
 
그러나 솔리다임 중복상장이 추진되면서 시장은 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연상시키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모회사를 비롯해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종손회사까지 줄줄이 상장하는 구조는 세계 증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미국 증시에서 이러한 중복상장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모회사 주주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의 기존 주주가 손해를 본다는 것은 미국 시장에선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안입니다. 이들에게 자회사를 상장해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논리는 뻔한 변명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주주들은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룹 계열의 AI 사업을 위해 왜 굳이 새로운 법인과 지배구조를 만들어야만 하는가. SK하이닉스, SK스퀘어, SK텔레콤 등 기존 상장사들도 저마다 AI 비즈니스 청사진을 내걸어왔는데, 왜 이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새로운 미국 법인이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배당 권리가 낮아,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SK하이닉스의 위치를 상단으로 끌어올리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이혼 소송에 따른 경영권 분쟁 여지로 SK 주가가 급등하고, 이와 함께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의 주가마저 폭등하면서 기존 방식의 개편 시도는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솔리다임 중복상장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은 SK하이닉스 산하의 솔리다임을 미국 증시에 상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지분을 확보하는 우회적인 신규 지배구조를 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됩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와 밀접한 내부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사이에 최태원 회장의 배당 권리가 높은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한다면 의심은 커집니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에 일감을 몰아주고 솔리다임이 배당을 실시할 경우, 그 현금은 외부 유출 없이 배당 권리가 높은 지배기업으로 흡수되기 때문이죠. 현재 SK하이닉스가 배당을 하더라도 지배회사가 그중 20%만 가져가는 구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주주가치가 희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발표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됩니다. 만약 솔리다임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이 일정과 교묘하게 맞물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그마저도 의심을 삽니다. 모두 중복상장을 시도하는 탓입니다. 따라서 시장은 감시의 수위를 한층 높여야 하며, 당국 역시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솔리다임 사태로 SK하이닉스에 대한 저평가가 다시 시작된다면 주가는 10만원대 원점으로 회귀할 것입니다. 이에 동조화되어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추락을 겪고, 코스피는 2000선으로 다시 곤두박질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부동산 불패론'이 들끓게 되고, 지방 붕괴와 청년 세대의 붕괴를 거쳐 결국 망국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을 단편적인 개별 기업의 사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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