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STONE(중대한 이정표)”
영국 통신사 로이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육군 차세대 자주포 사업 선정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번 성과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과거 국내 방산업계는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소량 수출이나 부품·구성품 공급, 틈새시장 공략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 역시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2022년 폴란드 대규모 수출을 기점으로 K방산의 수출 규모와 위상이 빠르게 높아졌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긴급 무기 수요에 따른 ‘일회성 전쟁 특수’라는 평가도 따라붙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 육군 MTC 시제품 선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동시에 록히드마틴, RTX, 노스럽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세계적인 방산기업을 보유한 나라다. 자국산 무기 조달을 중시하는 미군의 공식 획득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무기체계가 시제품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게다가 국내 방산기업이 자체 개발한 무기체계로 미 육군의 공식 획득사업에서 시제품 공급업체로 선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더욱이 미국 진출은 단순히 수출시장 하나를 추가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미군이 직접 시험하고 운용한 실적은 향후 다른 국가의 무기 도입 과정에서도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시장 진입 자체가 성능과 신뢰성에 대한 하나의 검증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계약은 어디까지나 시제품 공급 단계로, 미 육군이 실제 전력화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최종 양산계약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경쟁의 다음 단계에 홀로 올라섰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당초 복수 업체가 시제품 공급자로 선정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한화는 독일 라인메탈,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스, 영국 BAE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방산기업들을 제치고 단독으로 선정된 것이다. 2022년 폴란드 수출이 K방산의 외형을 키웠다면, 이번 미군 사업 진입은 한국 무기체계가 전통 방산 강국들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관건은 이 이정표를 실제 양산계약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미국 시장에서 본계약까지 따낸다면 K방산은 ‘전쟁 특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명실상부한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