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반도체 연구원들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 노동전문가에게 반도체업계의 근로시간에 대해 묻자, 그는 이같이 되물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부진하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실적을 회복한 게 ‘근무시간’ 덕이냐는 질문이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깊이’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냐는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52시간제 예외’는 반도체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의되는 주요 화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국가 경제를 이끄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 및 노동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52시간제 완화 혹은 예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품 개발과 고객사 인증 일정 등 업무 전반에서 탄력적 대응이 요구되는데,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은 업무의 유연성과 연속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지금도 많은 편’이라고 반박한다. 현행 주 52시간제의 근무시간도 국제 기준으로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33시간으로, OECD 평균 1736시간보다 90시간 이상 높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2205시간) △코스타리카(2183시간) △칠레(1912시간) △그리스(1874시간) △이스라엘(1870시간) 등으로, 대부분 첨단기술과 거리가 있다.
이미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굳이 장시간 근로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각각 25건과 3건의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고, 정부는 이를 모두 인가했다. 특별연장근로제도는 근로기준법상 원칙적으로 합의한 연장근로(주 12시간)를 초과해 근로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생겼을 경우 이를 허용해주는 제도다. ‘필요할 때 더 일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대한 제도적 대안은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된 셈이며, 100% 인가율은 정부 역시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 경쟁력을 근로시간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쟁점은 근로시간의 양적 증가가 아닌 제도적 틀 내에서 어떻게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지, 즉 질적 개선 여부다. 근무의 유연성을 말하면서 총근로시간의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결국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일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