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구주택 밀집 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의 주택정책은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를 위한 지원책을 꾸준히 넓혀왔습니다. 첫 집 마련을 위한 금융지원과 특별공급, 각종 우선권이 마련돼 있습니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 생애주기를 이미 지나온 평범한 40·50대에게는 어떤 길이 남아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빌라 전세로 신혼을 시작해 아이가 생기면 형편에 맞는 작은 빌라를 사고, 돈을 모아 언젠가는 아파트로 옮기겠다는 것은 평범한 주거 계획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는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선택했지만, 아이를 키우고 자금을 모으는 사이 아파트값은 소득과 저축만으로 따라가기 벅찰 만큼 뛰었습니다.
어느새 청년의 나이는 지났고 신혼부부 기간에서도 벗어났으며, 자녀가 한 명이라면 다자녀 가구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청약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닙니다. 2024년 말부터 수도권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비아파트 한 채를 보유해도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지만, 청약 자격과 실제 주거 이동은 다른 문제입니다. 당첨 문턱을 넘어야 하고 크게 오른 분양가를 감당해야 하며, 기존 대출이 남아 있다면 DSR과 신규 대출 한도까지 따져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형편에 맞춰 빚을 관리하며 살아온 사람들조차 “차라리 그때 영끌해서라도 아파트를 샀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왜 그때 아파트가 아닌 빌라를 샀느냐고, 투자 판단을 잘못했냐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당시 소득과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집을 골라 그 안에서 가족의 삶을 꾸려왔을 뿐입니다.
국토연구원도 올해 3월 비아파트의 ‘주거사다리 기능 회복’을 정책과제로 제시하면서 비아파트 임차에서 비아파트 자가, 다시 아파트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이행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처음부터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사람에게 빌라가 첫 번째 사다리가 된다면, 그다음 칸으로 올라갈 길도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도 최근 청년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면서 향후 더 나은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첫 집에서 다음 집으로 이어지는 경로까지 정책이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길을 먼저 걸어온 40·50대의 다음 주거 이동도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청년도 신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른 아파트값을 감당할 만큼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닌 평범한 40·50대가 있습니다.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바람까지 투자 욕구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주택정책이 첫 집 마련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이제는 이 ‘낀 세대’가 다음 집으로 올라설 두 번째 주거사다리도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