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회동을 계기로
, LG그룹이 엔비디아와의 인공지능
(AI) 협력을 구체화했다
. 지난
6월 황
CEO의 방한에 따라
‘AI 생태계
’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맞손을 잡은 것이 보다 구체적인 형태의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 이에 따라
LG그룹은 엔비디아와 로봇
(피지컬
AI), AI 팩토리
(AI 데이터센터
), 모빌리티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레퍼런스 구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가 선물한 것으로, 구 회장과 황 CEO의 사인이 담겨있다. (사진=LG)
구체화된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로봇 분야 협력이 눈에 띈다. 양사는 현재 개발 중인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년 1분기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로봇은 온보드 컴퓨팅과 고도화된 추론·제어를 위한 엔비디아 ‘젯슨 토르’가 탑재되고, 엔비디아의 개방형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인 ‘아이작 그루트’와 풀스택 통합 안전 시스템인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한다.
LG그룹은 로봇에 LG전자의 ‘액추에이터’(구동장치),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등 기술력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쉽게 말해, 로봇의 ‘두뇌’는 엔비디아가, 관절·눈·심장 등 ‘몸’은 LG가 만드는 구조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강점과 LG의 제조 기술력 등이 적절히 결합된 협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협력 구조는 다른 관점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직 로봇의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기술 표준으로 정립되지 않은 만큼,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엔비디아의 속내가 분명한 까닭이다. 향후 로봇 시장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자사의 AI 칩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기술력 기반의 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잠식해 나가겠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큰 그림이다. 이러한 엔비디아의 전략은 자사를 피지컬 AI의 ‘제국’으로 키우는 토대를 마련하는 반면, 제조 기술력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하청기지화 될 수 있다는 우려로도 번진다.
하지만 아직 시장 초기인 만큼, 늦지는 않았다. 엔비디아의 기술이 성능과 범용성 측면에서 앞서 나가는 상황인 만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핵심 원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해야 한다. 시장 주도권과 경쟁력 측면에서 무조건적인 전면 국산화를 고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기술 자립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등한시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는 과거 스마트폰 시장 초기 뼈아픈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에만 몰두하다 운영체제(OS) 개발이 뒤쳐진 탓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등 거대 플랫폼에 종속된 현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당시 스마트폰 OS를 중심으로 시장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과 구글은 지금 넘볼 수 없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새롭게 열리게 될 로봇 시장 역시 협력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술 자립을 목표로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협력과 종속 사이의 거리는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