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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용 시대
입력 : 2026-08-13 오후 8:00:24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당대표 후보 등이 지난 2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주영 기자] 국회 출입 기자로 민주당 전당대회에 다니고 있다. 전국에서 육지와 섬을 따지지 않고 매주 순회 경선이 벌어진다. 표를 찾아나선 국회의원들의 광폭 행보를 쫓아 충청과 부산·울산·경남을 먼저 뛴 선배를 따른다. 서울, 대구, 부산으로 뛰는 기자들을 보며 문득 이외수 선생의 '존.버.정.신'을 떠올린다.
 
존.버.정.신은 한국인의 필수템이다. 밥벌이를 지키기 위해 서울 지옥철에 올라 몸을 우겨넣는다. 뒷사람이 어쩌다 밟은 신발이 홀라당 벗겨질 때도 있으나, 최소한의 공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공간에서 불편을 표현하기 조차 불편한 상황이니 그냥 버틴다. 지옥철이지만 임산부석과 경로석은 비어진 채로. 버티기에 능한 한국인의 '너그러움'의 한 장면. 적어도 내 두 다리는 튼튼하니까. 견디기를 잘 하기 위해선 결국 '너그러운 마음'이 필수다.
 
존.버.정.신은 결국 '관용'. 영어로 tolerance, 프랑어로 '똘레랑스'다.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정도로 쓰이는데,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견디다'라는 뜻의 라틴어 'tolerare'가 그 어원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무게를 견디다'가 '고통과 불편을 견디다'로 다시 '싫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참는다'가, '타인과의 차이, 이견을 받아들이다'라는 의미로 현재 자리잡았다고 한다.
 
똘레랑스가 이 의미를 갖기는데에는 16세기 유럽에서 종교전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도 국가가 박해하지 않고 살도록 허용할 것인가', '저 인간들이 틀렸더라도 죽이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종교갈등으로 갈라진 프랑스를 지켜낼 수 있었던 중요한 사회정치 기반이 됐다.
 
전당대회도 존버의 연속이다. 싫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야 하고, 귀찮은 기자의 질문도 좀 받아야만 한다. 차기 지도부를 노리는 한 후보자는 '무관용 원칙으로 법적 조치하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누가 되든지 간에 다음주가 되면 '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국민주권시대라면 국민들이 존버정신으로 하는 '관용'을 나서서 하면 참으로 좋겠다. 자신을 지키는 일도 아닐까.
 
강주영 기자 juyo9642@etomato.com
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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