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를 둘러싸고 미국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주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일정 기간 중단하는 법안이 추진됐고, 최근에는 시카고에서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일시 중단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뉴욕의 관련 법안은 전력망과 수도,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동시에 1년간 신규 허가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 사용, 전기요금, 지역사회 기여 문제를 이유로 주 정부에 보다 강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오리건주 힐스버러의 한 데이터센터 옥상에 냉각 시스템용 팬들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런 일들이 단순히 AI 산업에 대한 반대를 의미하는 건 아닐 겁니다. 데이터센터는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프라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전력과 냉각용수를 필요로 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물 수요가 특정 지역의 공공 수도 인프라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한국 역시 데이터센터 확대를 기술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겁니다. 수도권 전력망 부담, 지역의 용수 확보, 토지 이용, 소음과 환경 문제, 주민 수용성, 지역사회에 주는 경제적 편익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사회적 논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AI 산업을 키우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서둘러 늘리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일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역사회와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논쟁은 AI 시대의 성장에 ‘속도’만큼이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