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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배아픔
입력 : 2026-08-12 오전 10:34:30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황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인간의 본능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삶을 본능이 완벽히 지배하지는 않습니다. 그 본능은 사회적 환경이라는 배경 속에서 키워지기 때문입니다. 
 
한민족이라는 범주에서만 보더라도 대한민국과 북한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민족이 가진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MZ를 2030세대에 대한 조롱의 단어로 영포티를, 40대를 조롱하는 단어로 쓰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예를 제외하면 그들을 마냥 욕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세대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치도 그렇습니다. 과거의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절박한 문제는 배고픔이었을 겁니다. 의식주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높이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었습니다.
 
한국의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9164달러로 추산됩니다. 반면 1990년 1인당 GDP는 6600~68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5배가 넘는 차이가 납니다. 1990년생과 2026년생에게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다른 겁니다. 
 
한국의 발전 속도는 빨랐고, 전후 원조를 받던 나라는 어느덧 인공지능(AI) 강국에 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세대 간에 인식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인 셈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큰 겁니다.
 
결국 정치가 마주하는 국민의 고민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처럼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배고픔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대신 이제는 '얼마나 먹느냐'보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에서 오는 박탈감을 더욱 느낍니다. 배고픔의 시대가 배 아픔의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배 아픔이라는 것을 단순한 질투나 시기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청년 세대에 대한 비판의 용어로 쓰여서도 안 됩니다. 사회가 발전했지만, 노력의 결과가 같은 도착점을 만들지는 않는 2026년의 현실일 뿐입니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노력이 기회라는 시대의 상식은 지금의 세대에게는 더 이상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차이부터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 역시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폐버스'가 주거 대책이라는 것은 기성세대의 배고픔에 대한 인식일 뿐입니다. 집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부정해서도 안 됩니다. 
 
정치는 '누가 더 옳은가'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답을 찾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배 아픔의 이유를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왜 같은 사회에서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됐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정치의 질문도 바뀌어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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