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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 "장기집권 막겠다더니"···말만 무성한 금융지배구조 개편
입력 : 2026-08-11 오후 2:38:4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민간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주장과 정부가 금융산업을 관치로 다룰 수 있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맞서는 상황입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겠다며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가 전한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를 놓고 당정 내부의 의견이 갈리면서 개선안 발표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국회 분위기도 싸늘합니다. 정무위원회 안팎에서는 법제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옵니다. 금융위에서는 "해당 사안은 당정 협의 중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지난달 말 예정했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발표와 8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가 취소된 뒤 새 일정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삶으로 체감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국민과 함께하는 두 번째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슬은 퍼랬습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겨냥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돌아가며 계속 해 먹는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3월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부패한 이너서클'을 깨겠다던 지배구조 개편은 정작 핵심인 3연임 제한을 어떻게 처리할지조차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는 방안이었습니다. 통상 3년인 회장 임기를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세 번째 임기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하기까지 했습니다. KB금융이 차기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를 정하는 7월3일 이전에는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7월3일 KB금융이 후보 6명을 공개할 때까지도 개선안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7월 말에는 다시 한번 발표가 예고되기도 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는 일정까지 잡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출장 일정 등을 이유로 또 다시 미뤄졌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언제 발표할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 내용인 '3연임 제한'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민간 금융회사 CEO의 임기를 정부가 법률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론이 여당과 학계에서 커졌습니다. 금융사가 공적 규제를 강하게 받는 산업이라고 해도 공기업은 아닌 만큼 주주의 권리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금융회사 CEO의 임기를 법으로 직접 제한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복도에서 직원들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권에서는 3연임을 금지한다고 곧바로 지배구조 선진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이사회가 채워지고 그 이사회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 자체를 손보지 않는다면 임기 제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3연임 제한의 대안으로 재선임 때 주주총회 의결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다만만 이 역시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안건은 이미 주총에서 80% 후반에서 90%대 찬성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턱만 조금 높인다고 이른바 ‘셀프 연임’ 구조가 사라질지는 의문입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 논의의 무게중심도 임기 제한에서 이사회 독립성과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어떻게 높일지, 사외이사가 현직 회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어떤 장치를 마련할지, 깜깜이로 지적받아온 승계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선안 발표가 거듭 미뤄지는 가운데 금융권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발표가 미뤄지는 사이 3연임 제한 법제화부터 주주총회 의결요건 강화까지 여러 방안이 오르내리면서 정작 최종적으로 어떤 제도가 도입될지는 더욱 불투명해졌습니다.
 
회장 선임을 앞둔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KB금융은 이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내년에는 iM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도 CEO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개선안 내용뿐만 아니라 시행 시점과 적용 대상조차 정해지지 않으면서 금융권에서는 현행 규정에 맞춰 승계 절차를 진행해야 할지, 새 제도를 염두에 둬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선진화가 CEO 승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장기화할수록 오히려 어느 시점부터 어떤 기준을 적용받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배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시작한 개편 논의가 금융권의 승계 혼란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가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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