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가 나란히 중국 자본과 기술에 기대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르노코리아는 최대주주인 지리자동차그룹의 CMA 플랫폼을 활용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오로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KGM은 체리자동차와 차세대 SUV 플랫폼 및 전기·전자 아키텍처 공동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사진=뉴시스)
두 회사가 중국 기술에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르노코리아가 지리그룹에 지급한 부품·개발비는 9527억원에 달했고, KGM도 체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플랫폼 기술 도입에 올해에만 약 1200억원을 집행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내수 판매 부진이 있다.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양강 구도 속에서 르노코리아·KGM·GM 한국사업장 등 중견 3사의 내수 판매량은 10년 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독자 플랫폼을 새로 개발할 체력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기술을 들여와 개발비와 시간을 아끼는 선택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생존전략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구조가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KGM이 이미 BYD의 전기차 기술을 쓰고 있는 만큼 사실상 독자적인 기술 주도권을 상실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지리그룹은 이미 2022년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한 뒤 폴스타4를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며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어, 중국 자본이 국내 생산기지를 우회 수출로에 이용하려 한다는 시선도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협력이 반드시 종속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상품기획과 통합개발은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플랫폼 공유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의 기본 골격과 전자 구조까지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 완성차 업계의 독자 연구개발 역량은 서서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원가 절감과 개발기간 단축이 훗날 ‘기술 없는 완성차 회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협력의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시점이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