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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이 필요하다
입력 : 2026-08-07 오후 6:06:30
"폐버스를 개조하자"
 
정부가 부동산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나섰습니다. 늦었지만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 자체는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여당에서 나온 한마디가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이 주거 공급 정책 대안으로 내놓은, 이른바 '버스 하우스'입니다. 버려진 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택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입니다. 황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라고 적었습니다.
 
청년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아이디어지만, 정작 청년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치솟은 집값과 월세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폐버스를 고쳐서 살라고 한다면, 과연 '주거 대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공급 실책을 덮으려 열악한 임대주택과 다세대 빌라를 청년 주거 대책이라며 내놓았던 문재인정부의 주거 복지 정책의 실패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정부 여당은 청년들의 안락한 주거 열망을 외면한 채, 좁고 불편한 임시 주거 공간에 청년들을 밀어 넣으며 생색내기에 급급했습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잠시 몸을 누일 공간이 아닙니다. 직장과 학교에 다니고, 일상을 꾸려갈 수 있는 제대로 된 주거 공간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이 내놓은 답이 '폐버스.' 씁쓸합니다.
 
6년 전의 장면도 떠오릅니다. 지난 2020년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에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도 국민들은 '집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식의 인식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청년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파트 대신 임대주택을 받아들이라고 했던 말이 이제는 폐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발상으로 변화했습니다. 주거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메시지만 반복되는 모양새입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발한 주거 실험이 아닙니다. 살 만한 집입니다. 학교와 직장에 가까우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버스 하우스'가 아닙니다.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집 대신 버스를 권하는 정책이 아니라, 정말 살고 싶은 집을 제때 공급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사람에게 집다운 집을 돌려주십시오.
 
진선미 민주당 의원(왼쪽)과 황희 민주당 의원 모습.(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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