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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로 구워오세요"
입력 : 2026-08-07 오전 7:55:35
대학병원을 가기 전 동네 병원을 먼저 거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동네 치과에서 응급 진료를 보고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진=변소인 기자)
 
동네 치과에서 이미 CT와 파노라마 영상을 촬영한 상태였기에 야무지게 해당 파일을 챙겨서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추가 촬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학병원의 영상 CD 등록 발급 부서를 찾았습니다. 
 
돌아온 답은 병원에서 직접 구운 CD만 접수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2026년에 CD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CD를 굽는 PC를 갖춘 곳도 흔치 않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어렴풋 알고 있었기에 동네 치과에 해당 자료를 CD로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치과에서는 CD 제작이 어렵다며 파일로만 자료를 건넸습니다.
 
치과에서 바로 보낸 파일이라고 해도 대학병원 영상 CD 등록 발급 부서에서는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USB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병원이름이 새겨져 있는 USB 아닌 이상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악성코드로 전산망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CD를 구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도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환자가 근처 피씨방 세 곳을 들렀으나 CD를 넣을 수 있는 PC조차 찾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담당자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진짜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조작된 외부 촬영 파일을 제출하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장애 판정용 사진에 이름만 바꿔치기하는 수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장애 등급 판정이 가능한 대형병원 몇 곳에서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병원에서 이처럼 규정을 강화한 것이죠.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침이 이해가 됐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자료의 진위를 가리고 제대로 된 판정을 하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다른 환자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미 찍은 영상을 두고 대학병원에서 다시 거금을 내고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네 병원 최신 시설의 사진이 더 선명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일부의 악용이 다수의 진료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파일의 고유성을 증명할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위변조를 막으면서도 손쉽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대학병원에도 도입해야 2026년에 CD를 구워오라는 다소 당혹스러운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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