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27 대출 규제로 시작된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를 거쳐 세제 개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보완과 추가 대책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시장은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보다 정부가 다음에는 어떤 카드를 꺼낼지를 먼저 계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더 강한 규제가 나오기 전에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집을 가진 사람은 지금이 팔아야 할 시점인지 조금 더 버텨야 할 시점인지 저울질합니다. 정책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예상하는 심리가 시장을 흔드는 모습입니다.
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2021년에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이어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이 더 빠르게 번졌고, 결국 영끌과 패닉바잉이라는 과열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많은 사람은 집값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출이었고, 금리였으며,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시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필자 역시 당시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불안 속에서 영끌 매수를 선택했던 사람으로서 그 시간을 남의 일처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아니라 불안이 사람의 판단을 얼마나 쉽게 흔드는지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의 시장을 2021년과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금리도 다르고 대출 규제도 훨씬 강해졌으며 일부 지역은 당시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더 늦기 전에'라는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만큼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다시 커지는 2030세대의 매수세 역시 단순한 시장 활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조급함의 신호는 아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시장은 정부의 다음 정책을 예상하며 움직입니다. 집주인은 세금을 계산하고, 세입자는 전월세를 걱정하며, 실수요자는 그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며 언제 집을 사야 할지 고민합니다. 모두가 서로의 다음 선택을 의식하는 사이 가장 큰 불안은 결국 집 한 채 마련을 꿈꾸는 평범한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부동산 정책은 집값만 잡는 정책이어서는 안 됩니다. 정책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다시 영끌과 패닉바잉으로 이어지는 눈치게임을 만든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와 시장의 눈치게임은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게임의 참가자가 국민이어서는 안 됩니다. 2021년의 경험을 교훈 삼아 국민이 정부의 다음 카드를 계산하기보다 자신의 삶과 형편에 맞춰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정부가 만들어야 할 부동산 시장입니다.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