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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입력 : 2026-08-05 오전 11:51:27
사람은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요.
 
학교폭력 피해자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도, 층간소음 피해자도 원하는 것은 싸움이 아닙니다. 문제가 끝나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이번 한 번만 참아 보자', '좋게 이야기하면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를 품습니다.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이야기하고, 한 번 더 기다립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사람은 깨닫습니다. 더 이상 대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제야 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 몇 달째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이야기하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돌아오는 답도 늘 같았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도 '드르륵', '쿵쿵' 하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문제는 소음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일이 계속되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람을 더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참다 못해 다시 관리사무소에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직접 올라가서 말씀해 보세요"였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피해자가 직접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항의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데, 왜 문제 해결을 요청한 사람에게 다시 그 부담이 돌아오는 걸까.
 
분노는 생각보다 사람을 쉽게 바꿔놓았습니다. 어느 순간 검색창에는 '층간소음 복수', '우퍼', '고무망치' 같은 단어를 검색하고 있는 제 모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음측정기를 구입해 증거를 남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밤에 편히 잠들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은 층간소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학교폭력도, 직장 내 괴롭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처음부터 신고하거나 소송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괴롭힘이 멈추지 않고 더는 참을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소 법의 문을 두드립니다.
 
사람들은 종종 피해자에게 묻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왜 그 사람이 결국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두려움 없이 학교에 다니고 싶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습니다. 층간소음 피해자는 밤에 편히 잠들 수 있는 일상을 원할 뿐입니다.
 
피해자는 갈등을 만들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사람입니다.
 
지난 7월30일 대구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 끝에 이웃집 문 앞에 죽은 두꺼비와 살아있는 도마뱀이 담긴 상자가 놓였다. (사진=SBS 뉴스 캡쳐)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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