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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아니게 된 호랑이
입력 : 2026-08-04 오후 3:59:26
줄무늬도 있고, 송곳니도 있다. 하지만 초원을 달리지도, 사냥을 하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먹고, 정해진 공간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야생성은 사라지고 본능은 억눌린다. 모습은 호랑이지만,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호랑이'와는 이미 다른 존재다.
 
몇 달 전 늑대 탈출 사고를 계기로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만난 한 수의사는 "동물원의 호랑이는 더 이상 호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생성을 잃은 개체를 계속 번식시키는 것을 종 보존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곁에 오래 두고 싶어진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말처럼, 가능한 한 내 시야 안에 두고 싶고, 나만 바라봤으면 좋겠고, 나에게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그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는 대개 그 사람이 나와 상관없이 살아온 모습 때문이었다. 활발한 사람이라면 친구도 많고 약속도 많을 것이다. 다정한 사람이라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다정할 것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은 내 뜻에도 쉽게 맞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성격과 삶의 방식이 모여 그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든다.
 
그런데 관계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 개성을 하나씩 지우려 한다. 친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취미는 줄였으면 좋겠고, 새로운 사람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에게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처음 사랑했던 이유를 하나씩 없애면서도, 여전히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주변에서 "시집을 잘 갔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집에서 살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남편은 아내를 아꼈고 처가에도 지극정성이었다. 결혼 후에 그녀는 하던 일을 그만뒀다. 잠깐 집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아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 때문에 오래 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부족한 것이 없는 삶이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발랄하고 외향적이던 그녀는 결혼 전의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일까.
 
누군가는 먹을 걱정 없는 동물원의 호랑이가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비를 맞지 않고 굶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호랑이는 안전해서 호랑이인 것이 아니라, 사냥하고 달리고 살아남기 때문에 호랑이다. 한 사람의 개성을 모두 거세시키고 외양만 내 옆에 남아있게 한다면 그사람은 내가 알던 사람일까? 동물원의 호랑이는 행복할까? 사는 게 평탄하고 먹이가 계속 제공되면 괜찮은 삶일까.
 
서울어린이대공원의 호랑이.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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