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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은 쪽수로, 책임은 헌재로
입력 : 2026-08-03 오후 1:56:31
범여권 주도로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은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처리하고, 야당은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이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다수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소수당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합니다. 국회에서 풀어야 할 정치적 갈등이 법정으로 옮겨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다른 기관에 맡기는 '정치의 외주화', 정치의 영역이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정치의 사법화'가 점점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국회의 역할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끝까지 조율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만드는 과정도 국회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는 충분히 토론하고 설득하기보다 숫자로 결론을 내린 뒤, 남은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맡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결과를 받아들이기보다 "정치 재판"이라고 반발하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부가 떠안고, 사법부마저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정치의 외주화가 사법부의 정치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입니다.
 
그 사이 국민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법안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차분히 따져보는 과정은 정쟁에 가려집니다. 국회가 책임 있게 논의했더라면 줄일 수 있었던 사회적 비용도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됩니다.
 
정치는 상대를 이기는 경쟁이기도 하지만, 끝내는 함께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힘으로 밀어붙이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정으로 향하는 정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정치의 문제는 정치가 풀어야 합니다.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사법부에 판단을 넘기는 일이 계속된다면, 결국 그 책임은 유권자의 평가로 돌아올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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