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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 핀셋 처방에 빠진 대출 규제
입력 : 2026-07-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있는 제도에 맞춰 계획했는데 정책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되면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죠. 경계를 그을 때 상처받는 사람들이 최소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은행의 대출한도 축소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입주 예정자의 호소를 들은 뒤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대책 점검을 주문하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하다 보니 개별 은행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더 보수적으로 운용해, 원래대로 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협의해서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토론회 현장에서 오간 문답은 현재 대출규제가 안고 있는 문제 실상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집값을 잡기위해 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 계획까지 세운 실수요자들이 대출 문턱에 가로 막힌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정책 일관성을 믿고 부동산 계약을 체결한 사람에게 뒤늦게 바뀐 규제를 그대로 적용해 계약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정상적이라 보기 힘듭니다. 금융당국은 잔금대출과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취급하거나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잔금대출에 예외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실수요자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 대출규제의 근간은 갚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돈을 빌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대표적입니다.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금융규제가 집값을 잡기 위한 수요 억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액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정해 놓은 뒤 이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장도 대토론회 현장에서 은행들이 총량규제 때문에 “자체적으로 더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정부가 직접 특정 차주의 대출을 거절한 것은 아니지만, 총량이라는 문턱을 만들어놓으면 소득과 상환능력이 충분한 차주까지 은행 창구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핀셋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규제는 강화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 기존 계약자처럼 사정이 절박한 사람은 골라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규제가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 때마다 예외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은 정교한 정책이라기보다 사후 수습에 가깝습니다.
 
일례로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 위원장이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1주택자에게 1억원까지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전세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필요했지만 너무 과해서 집값 폭등의 한 원인이 된 것 같다”며 “지금부터는 규제를 강화하는 쪽인데, 필요한 경우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물어봤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완화하겠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누가 필요한 사람인지를 정부가 계속 새로 가려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핀셋이 많아질수록 정책은 정교해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소득과 같은 가격의 주택을 가진 사람도 계약일과 입주일, 혼인 여부, 자녀 유무, 과거의 주택 지분 이력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집니다.
 
국민은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자신이 ‘실수요자’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은행은 총량규제와 예외 규정 사이에서 감독당국의 의중을 살피며 더 보수적으로 움직입니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외 목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대출규제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소득과 상환능력이 확인되는 차주의 금융거래까지 총량 규제라는 명분으로 막는 것은 정당한 수요를 존중한다는 원칙에 어긋납니다.
 
잔금대출의 숨통을 틔우고,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핀셋 지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설익은 상태로 도출한 민원 몇 가지를 골라 예외를 만들어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가 고쳐야 할 것은 규제의 빈틈이 아니라 집값을 잡기 위해 금융규제의 목적까지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를 바랍니다.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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