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빽빽하게 들어선 높은 건물들입니다. 상가 건물도 많지만, 그만큼 오피스텔과 아파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의 수많은 네모난 창문을 바라보다 문득, '집이 이렇게 많은데 내 집 하나는 왜 없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건물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들 틈에 휩쓸려 발걸음을 옮기기 일쑤입니다. 주말 성수동이나 홍대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에서는 카페를 찾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카페는 넘쳐나지만 조금만 유명한 곳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분명 많은데, 정작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습니다.
지난 28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부동산 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을 손질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며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부담을 덜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다주택자는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제 개편만으로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겉으로는 아파트가 많아 보여도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에서는 체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와 교육, 교통 등 생활 기반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사람들이 같은 지역을 원하는 만큼, 집의 숫자보다 어디에 공급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해법도 공급입니다. 그러나 올해 신규 공급 물량은 평년보다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주택을 공급해 실제 입주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립니다. 단기간에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 역시 필요한 정책입니다. 다양한 주거 형태를 늘려 선택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의 주거 선호와 생활 여건을 고려하면 비아파트 공급만으로 감소한 아파트 공급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히 집을 더 많이 짓는 정책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지방에도 일자리와 교통, 교육, 생활 인프라를 함께 확충해 수요가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숫자만 늘리는 공급이 아니라 삶의 기반까지 함께 만드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