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Golden Time)'은 원래 응급의학에서 쓰이던 용어입니다. 사고나 질병이 발생한 뒤 생존율을 결정하는 결정적 시간을 의미하죠. 치료가 조금만 늦어져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제 골든타임은 의료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쓰이는 말이 됐습니다. 산업과 경제, 기술에서도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뜻합니다.
산업사에는 골든타임을 잡은 국가와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넷 보급기와 스마트폰 전환기, 클라우드 확산기가 그랬습니다. 초기에는 막대한 투자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지만, 규모의 경제가 형성된 이후에는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경쟁이 모델 개발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누가 먼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전력과 반도체, 냉각, 클라우드 생태계를 확보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총 18.4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 계획을 내놓고, 민관이 참여하는 AIDC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입니다.
민관이 함께하는 AIDC 얼라이언스 행사장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골든타임'이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으로 3~5년이 대한민국 AI 산업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투자를 시작하지 못하면 IT 강국과 디지털 강국으로 쌓아온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내비쳤습니다. 산업계 역시 AI 시대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이라며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IDC는 데이터센터 몇 동을 짓는 사업이 아닙니다. AI 반도체와 서버, 전력·냉각 기술, 클라우드, 네트워크, 인재와 제도가 함께 성장해야 비로소 규모의 경제가 완성됩니다. 일단 생태계가 자리 잡으면 투자와 기술, 인재가 다시 모이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골든타임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시대의 골든타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AIDC 얼라이언스 출범은 하나의 행사보다 실행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