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우려 많던 ‘마스가’, 이제는 훈풍?
입력 : 2026-07-29 오후 2:17:24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조금씩 현실화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마스가 전진기지인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문을 열었고, 한미 기업·기관 간 양해각서만 수십 건이 체결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사실 마스가에 대한 기대가 마냥 긍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높은 법적 장벽 등으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과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화물을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한 ‘존스법’이 대표적이다.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설계·생산 기술을 미국에 넘겨주고, 정작 배는 미국에서만 만들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문제는 이들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 조선업계와 노조의 반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조선소 하나만 들어서도 도시 하나의 먹거리를 책임질 만큼 고용 효과가 큰 산업이다. 조선소 주변에는 철강과 엔진, 기자재, 물류업체까지 줄줄이 따라붙는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 조선소에 일감을 넘기는 것은 단순히 선박 건조를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 내 일자리와 일감, 더 나아가 지역경제의 기반까지 함께 내준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스가가 결국 한국 조선업의 미국 현지화를 지원하는 사업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 것이다. 국내 조선사에는 새로운 수주 시장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현지 투자와 기술이전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최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에게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뒤이어 미 국방부와 해군은 국내 조선사들에 전투함과 급유함 건조·설계 역량을 묻는 정보요청서(RFI)를 보냈다. 아직 실제 건조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정상 간 발언이 실무 검토 단계까지 내려왔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미국이 이처럼 급한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함정 수를 적극 늘려야 하지만, 미국에서 건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미 조선업은 오랜 기간 쇠퇴하면서 조선소뿐 아니라 숙련 인력과 기자재 공급망까지 함께 무너졌다. 업계에서는 미 조선업을 현재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적어도 3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소만 세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숙련된 기술 인력은 물론 기자재 업체와 물류망 등 주변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돈을 쏟아붓더라도 5년~10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군함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만 고집하다가는 정작 필요한 시기에 배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다.
 
마스가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출범 당시보다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원하는 시간표와 건조 물량을 맞춰줄 현실적인 파트너는 많지 않다. 지금은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일방적으로 돕는 상황이라기보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당장의 해군력 공백을 메우기 어려운 상황에 가깝다.
 
하지만 아직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닌 만큼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 결국 관건은 규제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한국 조선소에 실제로 몇 척의 일감이 돌아오느냐다. 마스가에 진짜 훈풍이 불어올까.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