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콘텐츠 시장을 보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인기 웹툰은 드라마로 제작되고, 과거 흥행했던 게임은 리메이크돼 다시 출시됩니다. 콘텐츠 업계뿐만 아니라 식음료업계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보다 이미 알려진 브랜드에 새로운 맛이나 인기 캐릭터를 더하는 방식을 택하는 분위기입니다.
SBS 드라마 '김부장' 포스터. (이미지=SBS)
기업이 검증된 지식재산권(IP)을 찾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미 팬이 있고, 소비자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어 실패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는 작품과 익숙한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편합니다.
실제로 구관이 명관일 때가 많습니다. 좋아했던 작품을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나는 데는 반가움이 있고, 익숙한 브랜드는 어느 정도 품질을 보장해 줍니다. 얼마 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도 전국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김부장'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최근 정부는 K-컬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K-컬처 밸류업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1000억원은 인공지능(AI)과 IP 분야에, 500억원은 콘텐츠 혁신 분야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대형 콘텐츠 제작에도 보다 큰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 돈마저 이미 성공한 작품과 유명 IP에만 몰려서는 곤란합니다. 정책펀드까지 민간 투자자와 똑같이 안전한 선택만 한다면, 이미 잘나가는 콘텐츠의 규모를 키울 수는 있어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의 유명 IP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낯선 시도였습니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작품을 외면한다면 미래에 활용할 새로운 IP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구관만 남은 시장에서는 새로운 명관이 태어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