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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대출’이 만든 정책의 역설
입력 : 2026-07-23 오후 5:18:40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3구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에 다시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직접 빌려주고, 매각한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법적으로는 허용되는 계약이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거래를 계기로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부부는 분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하면서 매수인을 채무자로 하는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청와대는 매수인의 잔금 사정에 따른 조치이며 이자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장이 주목한 것은 적법성보다 상징성입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추진한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결과적으로 금융권 밖의 사적 금융을 활용한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적잖은 파장을 낳았습니다.
 
강남과 송파 등에서는 '집주인 대출 가능'을 내건 매물이 등장했고, 개인 간 근저당 설정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동안 일부 고가 주택 거래에서 활용되던 셀러 파이낸싱이 공개적인 거래 방식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은 이를 대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가 주택의 담보대출을 강하게 제한하며 과도한 차입을 억제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금력과 거래 상대를 갖춘 사람은 개인 간 대여를 통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실수요자는 여전히 높은 장벽에 막힙니다. 규제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정책의 신뢰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 대출은 LTV와 DSR 등 엄격한 심사를 받지만 개인 간 금전거래는 규제 밖에 있습니다. 사적 채무가 늘어날수록 금융당국은 실제 부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대출 규제 역시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우회 거래가 늘어나는 현실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셀러 파이낸싱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동일한 거래를 한 일반 국민은 자금출처 조사나 세무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같은 거래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과 괴리된 규제를 손볼 것인지 말입니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에서 출발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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