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업무와 경영 전반에 접목해 생산성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는 AX(AI Transformation)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주요 유통기업들의 행보만 봐도 흐름은 분명하다. 롯데그룹은 AI를 하반기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며 그룹 차원의 전환을 선언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AI 기반 고객 분석과 맞춤형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마트와 쿠팡은 수요 예측과 물류 자동화, 재고관리 고도화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과 뷰티 기업들도 상품 추천과 콘텐츠 제작, 고객 상담까지 AI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AI가 실생활에 적용될 만큼 구현이 가능한 기술일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고물가와 소비 침체, 인건비 상승, 저성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AI는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올랐다.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환경에서 결국 남는 방법은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의도가 깔린 것이다. 이것이 AI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 전략이 된 이유다.
하지만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앞다퉈 AI 도입 계획을 발표한다. 보도자료에는 'AX', 'AI 혁신' 같은 용어가 넘쳐난다. 그러나 정작 AI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로 얼마나 이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AI를 도입했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추천 서비스는 오히려 불편함을 주고, 현장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AI 시스템은 직원들의 업무만 늘릴 수도 있다.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 성과를 내는 실행력이다.
AI가 만능 해결책처럼 여겨지는 것도 문제다. 유통업계가 직면한 본질적인 과제는 여전히 소비 부진과 내수 침체, 치열한 가격 경쟁, 수익성 악화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 경영 전략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AI 도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무엇을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AX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도입 여부를 고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AI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AI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며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