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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언어
입력 : 2026-07-20 오후 9:21:41
2026 FIFA 월드컵이 1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약 39일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48개국, 104경기 체제로 주목을 받았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한 통으로 32강전에서 퇴장 당한 미국의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가 철회된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불의를 바로 잡은 FIFA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친분을 이용한 징계 유예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FIFA가 개최국 정부의 입김에 굴복했다는 공정성 논란도 커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레드카드가 뭔진 모르지만, FIFA에 전화해 미국 공격수 발로건의 출전 정지를 재고해 달라 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FIFA의 판정 번복 후에는 "옳은 결정을 내려 큰 불공정을 바로잡아준 FIFA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형평성 논란으로 어수산한 분위기 속 발로건이 출전했지만, 미국은 벨기에와 16강전에서 1대 4로 완패해 탈락했다. 그러자 벨기에 팬들은 "어디 또 전화해 봐"라며 조롱했고, 벨기에 선수들은 경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곡인 'YMCA'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대통령의 언어는 그만큼 무겁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정치에서도 대통령의 한마디가 여당 선관위 결정에 영향을 번복하게 한 일이 발생했다. 
 
발단은 2001년생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당내 선거 기탁금 제도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는 SNS를 통해 청년과 정치 신인의 출마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며 기탁금 감면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눈물을 보이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앞서 정 부의장은 개인 계좌를 공개해 후원금을 모금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구 트위터)에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며 청년 후보에 대한 배려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선관위는 청년 후보 기탁금 감면 문제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과 아니라는 반론이 맞서며 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직설적이고 시원한 화법으로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당대표가 아닌 국가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말은 개인의 의견을 넘어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분열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욱 신중하고 명확해야 한다. 의도와 무관하게 모호한 발언이 지지층 내부의 갈등과 해석 경쟁을 불러온다면 그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의 언어는 누구보다 무겁다. 그렇기에 더욱 정제되고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건네 준 월드컵 트로피를 만지며 미소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는 12월5일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AP/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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