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하는 이야기는 영화에서 단골 소재입니다.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멸종했다는 가설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소행성 충돌은 인간이 막을 수 없는 절대적인 재앙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조금씩 이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손쓸 수 없는 재앙으로만 받아들였던 위험을 이제는 대응 가능한 재난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지만,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적 재난에 맞설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 중국발사체기술연구원(CALT) 연구진은 대형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두 가지 핵폭발 기반 대응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소행성을 직접 파괴하거나 궤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개념입니다. 한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아이디어가 실제 연구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탐사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최근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토리후네'를 약 800m 거리까지 근접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충돌을 막는 기술은 아니지만, 소행성의 형태와 궤도,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미래 대응 기술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정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아직 과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핵폭발을 이용한 방법이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 충돌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가장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앙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면, 이제는 과학이 그 재앙에 대응할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류가 우주를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과학이 모든 재난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응 방법을 현실의 연구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류는 조금씩 재앙 앞에서 무력한 존재를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