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설명하는 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거래'다. 그는 스스로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말해 왔고, 정치와 외교 역시 거래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그 거래가 종종 상호 이익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힘을 앞세운 압박으로 나타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의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먼저 강한 위협을 던진다.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관세를 올리겠다고 하거나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한다. 이후 상대가 양보하면 이를 자신의 승리로 포장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다시 압박 수위를 높인다. 정치적 반대파를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판 세력을 공격하고, 충성 여부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며, 제도와 절차보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우선시한다.
이런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상대방이 두려움을 느끼고 물러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국제질서는 단순한 힘겨루기로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와 예측 가능성, 그리고 규칙이 있어야 한다. 오늘 한 말을 내일 뒤집고, 협력국마저 압박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가 반복되면 결국 남는 것은 불신뿐이다.
트럼프가 시작한 이란과 전쟁에서도 역시나 불신만 남았다. 반복되는 경고와 번복으로 이미 세계는 미국에 의존할 수 없음을 자각했다. 그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3박5일간의 나토 순방을 통해 이룬 나토 동맹국들과 K-방산 협력 성과다.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존의 무기 수출 중심 협력을 넘어 공동 연구·생산·운용을 골자로 하는 '한-나토 방산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나토 공급망 참여와 공동조달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방산 수출 확대를 넘어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넓힌 성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각국이 새로운 안보·산업 협력망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과거 안보를 제공받던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질서의 수혜자를 넘어 그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