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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용인이면 산업이고 광주면 정치인가
입력 : 2026-07-15 오후 5:22:45
반도체 공장은 투표하지 않습니다. 선거도 하지 않고, 특정 지역을 편들지도 않습니다. 공장이 들어설 곳을 결정하는 기준은 전력과 용수, 물류와 인력, 비용입니다. 그런데 광주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반도체 공장은 산업시설이 아니라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왔습니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국민의힘은 "호남 표 계산", "기업 팔목 비틀기", "관치경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도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기업 투자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압박으로 기업이 투자를 결정했다는 주장 역시 그만한 근거를 갖춰야 합니다.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투자를 기업이 경제성은 외면한 채 정치만 보고 결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 의아한 것은 잣대입니다.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면 산업 경쟁력 강화이고 지방에 들어서면 정치라는 말이 나옵니다. 용인에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정부가 전력과 용수, 도로를 지원하면 산업정책입니다. 그런데 광주를 지원하면 관치경제가 됩니다. 지원은 같은데 주소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평가도 달라집니다. 공장이 아니라 지역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반도체 공장은 감으로 짓는 시설이 아닙니다.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기업은 감정보다 숫자를 봅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충분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 넓은 부지를 마련할 수 있는지, 숙련된 인력을 구할 수 있는지, 앞으로 증설은 가능한지를 따져 투자합니다. 기업이 이런 조건을 외면한 채 정치적 고려만으로 공장을 지었다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노조의 반대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노동자의 고용과 전환배치, 노동환경을 걱정하는 것은 노조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새로운 투자는 기존 노동자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일자리와 성장의 기반입니다. 노조가 요구해야 할 것은 투자 철회가 아니라 강제 전환배치 방지와 신규 채용 확대, 노동환경 개선, 기존 직원의 처우 보장 같은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공장 하나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내걸고 기업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공장을 어떻게 더 빨리 지을지보다 어디에 지을지를 놓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산업은 앞으로 달려가는데 정치는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반도체 공장은 특정 지역에 주는 선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키우는 국가 전략입니다. 용인이든 광주든 중요한 것은 주소가 아니라 경쟁력입니다. 반도체 공장을 정치의 프레임에 가두는 순간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전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 공장(팹·Fab)을 전남광주특별시에 짓기로 한 29일 오후 호남권 반도체 생산 공장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광주 서구 마륵동 부지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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