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 속에서 SK하이닉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주가는 300만원까지 치솟았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이렇게까지 시장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이후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5일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급격한 조정은 시장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개인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실 AI 호황이 한창일 때도 시장의 의견은 둘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메모리는 결국 사이클 산업이다. 아무리 좋아도 언젠가는 꺾인다”고 했다. 과거에도 늘 그랬다. 수요가 폭발하면 투자도 늘고, 결국 공급이 따라오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반대편에서는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한다. 생성형 AI는 스마트폰이나 PC처럼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산업 자체를 바꾸는 기술 혁명인 만큼, 메모리 수요도 예전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특히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쉽지 않다.
SK하이닉스의 판단도 후자에 가까운 듯 보인다.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사장은 나스닥 상장 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ADR 상장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성장성을 인정받겠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다만 시장의 질문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얼마까지 오를까”였다면, 지금은 “혹시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건 아닐까”라는 의문도 커진다. 주가가 실적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점에서 최근 조정은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기업들의 투자와 채용, 고객사들의 AI 투자 계획은 꺾이지 않았다.
결국 이번 하락이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시작과 끝을 가르는 신호였는지, 아니면 장기 상승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숨 고르기였는지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와 메모리 수요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