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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글로벌 축제
입력 : 2026-07-14 오후 4:45:3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96년 세월 중 가장 길었던 2026년 북중미 월드컵도 이제 슬슬 끝이 보입니다.
 
48강으로 확대되면서 '수준이 낮아진다',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라는 걱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의 브릴 엠볼로(7)가 11일(현지 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후반 27분 1-1 상황에서 퇴장당하고 있다. (캔자스시티=AP/뉴시스)]
 
대한민국의 경우, 뒤로 갈수록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긴 했지만, 어쩌면 월드컵을 가장 월드컵답게 지켜봤습니다.
 
다른 조들의 결과에 따라 조 3위를 해놓고도 올라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생기는 바람에, 상당수 시청자들은 다른 조들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교훈을 얻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팀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 모습을 보일 때에는 요행을 바랄 수 없다는 교훈을 얻고,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팀들이 치열하게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우리나라가 올라갈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일본과 성적을 비교하며 현실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수준을 낮출 거라고 우려를 받았던 팀들, 특히 처음 출전하는 팀들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퀴라소는 독일에 1:7로 지기는 했지만 박수를 받았습니다. 카보베르데는 스페인이 있는 조에서 3무를 하며 무패 조 2위라는 기염을 토하고, 아르헨티나와의 32강전에서 연장 끝에 2:3으로 석패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이름도 생소한 나라와 팀들의 등장과 활약, 극초반 아시아의 돌풍과 소위 '고인물'의 위상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지고 볶는 결투들 끝에 4강에 오른 팀들은 프랑스, 스페인,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입니다. 축구 실력에서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가 그대로 분포한 양상입니다. 4팀 모두 우승 경력이 있습니다. 피파 랭킹도 1~4위로 분포돼있습니다.
 
팀만 '고인물'이 아니라,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르헨티나 메시, 프랑스 음바페와 뎀벨레, 잉글랜드 헤리케인과 벨링엄 등 수퍼스타들이 득점왕 경쟁을 하며 이름값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 흥행 측면에서 다행스럽게도 전체적으로 개최국들은 괜찮은 성적을 거둔 편입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모두가 16강까지 올랐기 때문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카타르처럼 개최국인데도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불상사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번 개최국들은 그런 불운을 겪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번 월드컵에 밝은 면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발로건 선수의 레드카드로 인한 출장정지를 유예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발로건 선수는 결장했어야 할 경기를 뛰었습니다. 체감상으로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이 일이 없었으면 유예 규정이 실제로 존재하고, 더 작은 스케일로 적용된 사례까지 있다는 점을 영영 몰랐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벨기에가 미국에 대승하면서 '정의구현'이라는 인상은 남겼습니다.
 
사상 초유의 일은 계속 있었습니다. 파라과이 알미다 선수는 입 가리고 퇴장한 '1호' 선수가 됐습니다. 스위스 엘볼로 선수는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할리우드 액션을 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습니다. 액션 위치가 하프라인이었고,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오던 와중이라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둘 다 웃음을 주기는 했습니다.
 
아직 남은 4강과 결승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됩니다. 월드컵 마무리 후에는 국내에서 축구 청문회 등 일정이 있을텐데, 과연 개혁이 잘 이뤄질지도 궁금합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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