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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되는가
입력 : 2026-07-14 오후 3:45:15
미국의 경제학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면 ‘투자’이고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같다고 보는 것은 ‘투기’"라고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연일 오르는 시장에서 가치와 가격을 냉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만 상승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이 분석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1920년대 미국도 그랬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에서는 자동차와 전화 등 신기술이 빠르게 보급됐고,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다우지수는 1921년부터 1929년까지 6배 넘게 뛰었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은 주식값의 10%만 내고 나머지는 빌려 투자할 수 있었는데, 빚으로 산 주식이 다시 대출의 담보가 되면서 더 많은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정점에 가까워졌을 때도 낙관론은 강했습니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주가가 “영원히 높은 고원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29년 9월부터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하락과 빠른 반등이 반복됐습니다. 불안한 신호가 나타났지만 사람들은 반등을 상승장의 연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버블을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여파가 서서히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제조업 생산량과 주택 건설 지표가 꺾이며 실물 경제에 균열도 생겼습니다. 결국 10월24일 ‘검은 목요일’이 찾아왔고 29일에는 ‘검은 화요일’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그 이후 뉴욕 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하락은 1932년까지 이어져 다우지수는 고점보다 89% 낮아졌습니다. 다우지수가 이전 수준을 되찾는 데는 25년이 걸렸습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 증시를 1929년 미국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급락과 급반등이 되풀이될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의 가치보다 당장의 방향에 베팅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합니다. 높은 변동성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가격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투자자는 오히려 한 걸음 느려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레이엄이 구분한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결국 시장이 아니라 투자자의 판단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챗GPT
이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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