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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만능주의
입력 : 2026-07-13 오전 11:48:39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지난 6월 4일 경기도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정치를 설명하는 대표적 말 가운데 하나는 '사법 만능주의'였습니다. 정치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라졌고, 그들이 풀어야 할 문제를 검찰과 법원이 대신 해결했습니다. 
 
한때 타협의 정치가 있는 듯 했지만, 국회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등장한 시기 부터는 갈등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갈등의 종착지는 언제나 법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법 만능주의는 너무나 당연해졌고, 정치 만능주의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정치가 사회의 모든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입하려 하는 정치 만능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된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화와 소비, 기업에까지 정치적 해석이 앞선다는 겁니다. 
 
2030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는 새로운 문화 현상 자체였습니다. 그들이 '역주행'이라는 기적을 쓴 배경에는 순수한 시골 소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세상 속 아이돌이 아닌, 친근한 친구 또는 동생의 모습이 인기의 비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그들의 노력을 '일베 몰이'로 폄훼했습니다. 그가 리센느를 겨냥한 적 없다고는 했지만, 발뺌에 불과합니다. 정치인이 망친 건, 단순히 걸그룹의 이미지가 아니라 2030세대의 만들어낸 문화 자체입니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도 비슷합니다. 기업의 마케팅과 행사 운영을 둘러싼 논란에 정부까지 입장을 내고 대응에 나서는 모습은 과연 어디까지가 공적 영역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의 평가에 맡길 문제까지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 사안처럼 다루는 것은 적절한지 의문이 남습니다.
 
기업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철회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보상 방식은 노사 협의와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수단으로 기업의 성과급 지급 방식까지 정치가 설계하려 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치는 공공의 규칙을 정하고 사회의 큰 방향을 정합니다. 하지만 정치가 모든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모든 현상이 진영 논리로 해석되기 시작합니다. 이미 그 현상은 우리 사회에, 2030세대에게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법 만능주의가 정치의 책임 회피를 유발한 것이라면, 정치 만능주의는 사회의 자율성을 갉아먹습니다. 정치인들의 자중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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