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샀습니다. 당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낮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 제고보다는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배당을 챙기는 방식입니다. 이는 자본이 자본을 굴려 눈덩이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금융 공학이었지만, 동시에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독이 됐습니다.
‘저금리 파티’가 끝나자 상황은 돌변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은 금리 상승 압박을 높였습니다. 특히 원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한국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낮추기는커녕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자본이 아니라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차입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에게 금리 상승은 치명적입니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유사한 구조로 확장했던 유통 및 건설 업체들이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금융 도미노’ 현상은 예고된 수순이었습니다.
뼈아픈 지점은 사회적 비용입니다. 자본가의 탐욕이 불러온 기업의 위기는 결국 혈세를 투입한 구제금융과 일자리 문제로 직결됩니다.
이런 현상 전에도 많았습니다.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요? 금융 기법의 발전을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의 지체’ 현상이 근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오랫동안 보수정권의 친기업 정책에 눈이 멀어 사회적 가치보다 수익을 좇는 자본의 본질을 망각한 채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한 유통 기업의 위기가 아닙니다. 저금리 시대의 그늘과 과도한 레버리지가 만났을 때, 경제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장입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