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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한계선은 없다?
입력 : 2026-07-09 오전 10:25:34
“(반도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2차 산업은 수도권에 있어 본 적이 없어요. 인력이 안 간다? 아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부 호남으로 가면, 인력도 다 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최근 만난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이른바 인력의 ‘남방한계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남방한계선이란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문 인력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최종 한계선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IT 업계에선 판교, 반도체 업계에선 천안이 한계선으로 꼽힌다. 이날 만난 전문가는 남방한계선도 옛날 얘기라고 했다. 핵심 축인 양대 기업이 결단을 내리면, 그에 맞춰 생태계도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주요 산업은 지방에 분포해 있다. 포스코는 포항에 기반을 두고 있고, 조선은 울산과 거제 등에 분포해 있다. 석유화학은 울산과 여수, 대산 등에 집적돼 있으며 자동차 역시 울산과 광주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인프라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포스텍은 포항, UNIST(울산과학기술원)은 울산, GIST(광주과학기술원)이 광주에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다. 기업이 지방으로 가고, 관련 중소기업과 연구단체가 기업을 거점 삼아 지역에 자리를 잡으며, 이를 중심으로 생활권이 확장되고 인프라가 조성된다. 업계에서 말한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형성됐다. 한국 산업구조 전반과 비교하면 반도체가 이례적인 구조를 갖춘 셈이다. 기업이 들어선 뒤 인프라가 점진적으로 구축된 다른 산업과 달리, 반도체는 상당 부분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수도권에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지방 이전을 일종의 귀양처럼 여기며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른바 남방한계선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잔치는 반도체업계 노동자들의 임금을 크게 끌어올렸고, 지방 근무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꿈의 직장’으로 뒤바꿨다.
 
남방한계선이 흐릿해진 지금, 남은 건 인프라다. 실제 이주할 직원들이 정착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거·교육·의료·교통 등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로 반도체 산업과 한국 경제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만 놓고 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발판이며, 국가 차원에서 보면 균형발전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소할 기회다. 정부는 올해 최대 산업정책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천조원 규모 투자 계획으로 화답했다.
 
공은 이제 정부에게 넘어갔다. 투자가 기업의 몫이라면, 인프라 구축은 정부의 몫이다. 1970년대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킨 건 중공업이었지만, 그 중심에는 경부고속도로라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있었다. 남방한계선이 옛 일로 회자되는 날을 기대한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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