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통합 인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용주의' '국민통합' 즉 탕평인사를 내세우며 민주당 출신이 아닌 보수 진영 인사나 전임 정부 인사를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초청국 공식 환영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표적으로 전 정부 인사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다. 이후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는데, 당시 여러 개인적 비리와 의혹으로 최종 불발됐다. 다음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국민통합비서관,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소위 보수 진영 내 주요 인사가 이재명정부에 요직을 맡았다.
정부 출범 초기 이러한 탕평 인사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직후 50%대에서 출발해 6·3 지방선거 직전 60%대 중후반까지 상승했다. 특히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확대됐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정책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 여러 사안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탕평 인사의 대표 사례로 꼽히던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5·18 성역화'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실은 임기 보장이 있는 자리라는 점을 고려해 즉각 경질하지는 못했지만, 경고와 사퇴 권고를 거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그의 과거 발언과 정치적 행보를 감안하면 애초부터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 어울리지 않는 인사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를 포용했고, 1년 가까이 함께 국정을 운영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제3의 길(Third Way)'을 언급하면서 국정 노선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상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설명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당권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당시 강 실장의 발언을 전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좌도 우도 아닌 전진"을 내세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 길은 전통적인 진보 노선과 시장경제를 결합한 중도 실용주의 노선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를 앞세워 1997년 보수당의 18년 장기 집권을 끝냈고, 마크롱 대통령 역시 비슷한 전략으로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마크롱의 실험은 시간이 흐르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경제개혁에 따른 불평등 논란, 극우 세력의 성장, 정치 엘리트에 대한 반감, 의회 분열이 겹치면서 정치적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중도 확장 전략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핵심 지지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실패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이재명 정부의 최근 지지율 하락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는데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코어 지지층의 이탈 신호로 해석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부정·유보 평가로 나뉘는 만큼, 기존 지지층 일부가 유보층으로 이동해도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에서 외연 확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마크롱의 사례가 보여주듯 확장의 성공만큼 중요한 것은 기존 지지층의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다. '국민통합'과 '실용주의'가 어느새 핵심 지지층의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