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회적 의사결정을 다수의 뜻으로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표결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대화와 타협의 과정은 결과만큼 중요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섭(오른쪽) 근로자 위원과 류기정 사용자 위원이 지난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법 상 심의 기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법정기한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39차례의 최저임금 결정 가운데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킨 사례는 단 9차례뿐입니다. 법정 심의 기한은 이미 그 의미를 잃은 듯해 보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합니다.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주가 노사가 자율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분수령입니다. 지난해에도 막판 협상 끝에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졌듯, 올해 역시 이번 주를 넘기면 노사 간 자율 합의 가능성은 대폭 줄어듭니다.
이후에는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표결로 결론을 내는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표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합의가 불가능할 때 결정을 내리기 위한 민주적인 장치입니다. 문제는 최저임금 제도가 애초 노사 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설계됐음에도 실제로는 공익위원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접점을 찾기도 전에 표결로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해법처럼 굳어지는 모습은 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킵니다.
표결은 빠르지만 대화는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대화에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양보의 폭을 넓히는 과정은 사회적 신뢰를 쌓고 갈등 비용을 줄이는 토대가 됩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양극화와 노동시장 격차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수록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내년 임금 수준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시험대입니다.
이번에도 표결이라는 가장 쉬운 길을 택할지, 아니면 끝까지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지는 결국 노사 모두의 몫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이 기대했던 '합의의 장'으로 남을 수 있을지, 이번 한 주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