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분명했습니다.
지난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외친 응원 구호는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광주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역사적 아픔은 어떤 이유로도 응원이나 장난의 소재가 될 수 없습니다. 비판과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5·18은 누군가에게는 교과서 속 역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광주 사람들에게는 가족의 기억이고 이웃의 이야기이며, 도시가 함께 안고 살아가는 역사입니다. 얼마 전 신세계 논란으로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광주와 5·18이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건 이후 학교와 학생들은 책임의 과정을 마주했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출전정지 징계를 결정했고 학교는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역사·인권교육과 혐오 표현 방지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사과와 화해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배재고 정문에는 응원 화환이 놓였고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광주일고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고 학교를 수색했지만 다행히 위험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학생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교직원 등 80여 명은 광주를 찾았습니다. 광주일고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화해의 시간을 가진 뒤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분노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박은 비판이 될 수 없고 갈등의 확대 역시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처를 만들게 됩니다.
5·18이 우리 사회에 남긴 가치는 증오가 아니라 민주주의였습니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게 하며 다시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과정 속에서 성장합니다.
이번 사건의 마지막 장면은 조롱도, 협박도, 정치적 공방도 아니었으면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화해의 시간을 마련하기로 한 사람들의 선택이 기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채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사과와 반성, 교육과 성찰이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