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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조롱'
입력 : 2026-07-03 오후 6:17:41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발생한 이른바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지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학생들이 잘못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기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내린 전국 대회 출전 정지 6개월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절차적 하자, 협회의 권한 남용, 스포츠 정신, 표현의 자유 침해까지 언급된다.
 
(사진=뉴시스)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해자인 배재고 학생의 소명을 재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는 당시 생중계됐고, 해당 사건은 영상과 음성 등 디지털기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초등학생도 아닌 고등학생의 행위가 '잘 몰라서'란 말로 무마될 수 있을까.
 
다음은 협회의 권한 남용이란 주장이다. 협회는 경기를 운영하기 위한 룰도 만들고, 그에 따른 규칙도 정하는 곳이다. 협회의 역할에 맞게 올해도 변경된 경기룰을 경기 전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운동경기부 징계 대상에 대해 '언어폭력 행위가 우발적으로 발생한 경우,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미한 경우'에는 '3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출전정지 또는 3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자격정지, 감봉, 견책'으로 명시됐고, 이에 따른 것이다. 
 
국제스포츠에서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조롱, 차별 행위가 있는 곳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최고의 고등학교 야구 축제인 고시엔(전국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 직전 일본 히로시마현의 야구 명문인 고료고등학교 야구부 기숙사에서 집단 폭행이 발생했다. 학교는 피해자만 전학시킨 채 다른 가해자들이 고시엔 출전시켰고, 사건은 고시엔이 진행 중에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뒤늦게 해당 고등학교는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기권했다. 이후 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했고, 야구부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처럼 일본 고시엔 역사에서 예선이 아닌, 본선 무대에 진출한 팀이 학폭과 같은 불명예로운 사건으로 기권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타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며 차별할 자유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특히 공동체의 아픈 역사와 희생을 희화화하는 행위는 자유의 영역이 아니라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는 문제다.
 
더욱이 5·18은 특정 지역의 역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치른 희생의 역사다. 그런데도 우리는 1980년 이후 40여년 동안 광주를 향한 편견과 조롱을 완전히 거두지 못했다. 노골적인 비하가 줄어든 대신 농담과 밈, 지역 비하의 형태로 반복돼 왔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학생들의 실수'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생들은 사회가 보여준 언어와 문화를 따라 배우기도 한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라, 차별과 조롱을 가볍게 소비해 온 사회의 문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권리다. 그러나 그 이름으로 타인의 존엄과 공동체의 아픔을 조롱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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