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금리는 흔히 그 돈의 가격이자 몸값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채권 금리는 경제의 온도를 나타내는 가장 정밀한 체온계로 통합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투자자들이 얼마나 사고 싶어 하는지, 앞으로 경제와 물가를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가 오르고 불황이 오면 금리는 내려갑니다. 원리는 ‘시소게임’과 같습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시소와 같아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의 몸값은 치솟기 마련이죠.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오르면 같은 이자를 받더라도 실제 수익률인 금리는 내려가는 식입니다. 반대로 채권을 파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올라갑니다.
7월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가 활기를 띠고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채권보다 주식이나 기업투자를 선호하게 되고 채권 가격은 하락, 금리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경기 침체가 예상되거나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투자자금이 채권으로 몰리면서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내려갑니다. 그래서 시장은 채권금리를 경제의 방향을 읽는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은 변곡점을 맞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재정지출 확대와 인플레이션 우려, 높은 정책금리의 영향으로 일제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겁니다.
즉, 돈의 몸값이 비싸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유독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죠. 올해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하락을 거듭하는 등 사상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아졌습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나홀로 저금리’ 국면에 있는 상황입니다. 돈의 몸값이 이토록 낮아졌다는 것은 중국 경제의 체온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을 막기 위해 시중에 엄청난 돈을 풀어왔습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은 생산과 소비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돈은 넘쳐나는데 돈이 돌지 않는 전형적인 ‘유동성 함정’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7월2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한 시민이 일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중국 국채시장에는 기이할 정도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주요국 국채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견고한 은행 중심의 수요와 낮은 대외 상관관계 덕에 일종의 분산투자처로 대접받는 모양새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첨단산업 투자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저금리가 장기화될 때 터질 수 있습니다.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 싼 위안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위안화 캐리트레이드’가 고개를 들기 때문입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해외 투자 목적의 딤섬본드 발행은 올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내부적으로도 골칫거리입니다. 예금 금리가 바닥을 치자 자금은 고위험 자산관리상품(WMP)으로 쏠리고, 보험사는 역마진에 신음하며 중소은행으로의 예금 편중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물경제는 얼어붙었는데 금융시장만 과열되는 불안 전조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장을 흔든 최대 변수는 ‘미국의 고금리’였습니다. 앞으로는 ‘중국의 저금리’가 또 다른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이 고금리로 전 세계 달러를 빨아들이는 동안 중국은 저금리로 위안화 유동성을 국제 시장에 뿜어내는 엇갈린 금리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리 차를 노린 투기 자금이 날뛰면 환율 변동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흥국 자본 유출입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최대 교역국인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가볍진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 반도체·화학·기계 등 우리 중간재 수출의 발목이 잡히기 때문이죠.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원화 역시 동조화 압력을 피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고금리’와 ‘중국의 저금리’라는 양극단의 틈바구니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미 연준(Fed)의 입만 바라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장기 저금리가 초래할 글로벌 자본 이동과 금융 교란 가능성을 미리 방어해야할 전략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미국발 고금리 충격’에 이어 ‘중국발 저금리 역습’이라는 2차 충격파 우려 앞에 선 세계 경제는 새로운 위기의 출발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7월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