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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이 창작을 삼킬 때
입력 : 2026-07-03 오후 3:45:38
(이미지=ChatGPT)
 
얼마 전 지인이 시안 두 개를 보여줬습니다. 하나는 디자이너에게 의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어떤 게 AI로 만든 것 같냐는 말에 저는 고민도 하지 않고 하나를 골랐습니다.
 
어딘지 색감을 덜 쓴 것 같고 글씨체도 어딘가 정형화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반면 다른 시안은 훨씬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선명했고 구도는 깔끔했으며 색감도 돋보였습니다.
 
제 판단은 어딘가 어색한 게 AI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AI가 만들었다고 짐작한 시안은 디자이너의 작품이었습니다. 더 낫다고 생각한 시안이 오히려 AI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두 시안이 만들어진 배경을 들어보니 더 놀라웠습니다. 광고 시안을 디자이너에게 의뢰했지만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과는 담을 쌓은 지인이 급한 대로 AI에 프롬프트 몇 줄을 입력해서 탄생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디자이너는 최종 시안을 내놓는 데까지 2시간이 걸렸는데 AI는 몇 초 안에 뽑아냈습니다. 심지어 퀄리티도 더 좋았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답은 이미 나온 듯했습니다. 더 빠르고, 더 싸고, 심지어 더 좋아 보이기까지 한다면 굳이 사람에게 맡겨야 할 이유가 있을까.
 
AI가 창작 현장에 들어올 때마다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인간의 감각은 대체할 수 없다거나, AI는 결국 도구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아직은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세부적인 수정과 맥락 이해에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AI와 인간의 작품을 구분해 내지 못했고 오히려 AI가 낫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여기서 불편한 질문이 생깁니다. 앞으로 창작 현장에 남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영상을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주문하는 사람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직접 만드는 능력보다 프롬프트를 잘 쓰고, 수많은 결과 가운데 쓸 만한 것을 빠르게 골라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창작의 중심이 '만드는 사람'에서 '지시하고 선택하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효율은 늘 매력적입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효율만 남은 대가는 무엇일지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결과물이 너무나도 쉽게 나오긴 하지만 그것을 직접 만들어본 사람은 줄고, 모두가 AI에게 지시만 하는 시대가 온다면 창작은 더 풍요로워지는 걸까요, 아니면 비슷한 결과만 빠르게 복제하는 세상이 오는 걸까요.
전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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