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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만 안 되는 이유
입력 : 2026-07-02 오후 8:44:55
최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롱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고등학생이다. 사건은 배재고 소속 일부 학생 선수들이 상대편인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란 구호와 함께 율동을 하며 시작됐다.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스타벅스'가 활용된 것은 한 달 전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논란이 불거진 것에 따른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대국민사과 후 재발방지를 위해 영업시간 일부를 활용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을 약속했다. 
 
그러나 5·18에 대한 폄훼와 조롱은 멈추지 않았고, 야구장으로 옮겨갔다. 이처럼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서 특정 지역을 향한 혐오와 조롱은 너무 오랫동안 가볍게 소비돼 왔다. 반복되다 보니 문제의식마저 무뎌졌고, 누군가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여긴다.
 
배재고 학생 선수들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앞길을 막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물론 학생은 실수할 수 있다. 가해자도 학생이지만 피해자 역시 같은 또래의 학생이다. 누군가의 지역을 조롱하고 상처를 준 행위를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는 순간, 피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른들의 인식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일부 배재고 학부모들이 "우리 애가 뭘 잘못했나"라며 두둔했고, 이제는 정치권마저 나서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일탈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지역 혐오를 그대로 비춘 거울일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는 정치와 사회적 논쟁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되자 일부에서는 '특혜'라며 반발했다. 물론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생산량과 산업용수 확보 가능성 등 객관적인 산업 여건보다 정치적 프레임이 앞서는 모습도 적지 않다. 지역 간 경쟁은 있을 수 있지만, 혐오와 차별이 그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쟁 역시 감정이 아니라 산업적·경제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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