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오바마 재선 캠프의 '나르왈(Narwhal)' 프로젝트는 유권자의 소비 패턴과 SNS 흔적을 엮어, 누가 어떤 메시지에 지갑을 열지 예측해냈다. 당시엔 선거가 끝나면 해체되는 일회성 도구였다. 14년이 지난 지금,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기술은 그 실험을 선거철 도구에서 국가 운영 체제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 표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예측해 미리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흐름이 한쪽 세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글로벌 엘리트가 꿈꾸는 '효율적 거버넌스'든, 국가보수주의(NatCon) 진영이 세우려는 '디지털 요새'든, 대중의 선택을 알고리즘이 대신 설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데이터가 정교해질수록 정치는 숙의가 아니라 연산이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은 단순한 투표 행위가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숙의의 과정에 있다. 인간의 정치적 선택이 토론과 성찰, 때로는 모순적인 변화의 산물이라면, 알고리즘이 포착하는 건 그 과정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일 뿐이다.
투표함보다 검색창이 더 정직하다면, 민주주의는 무엇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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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