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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
입력 : 2026-06-30 오전 9:52:36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날인 3일 오후 경남 남해군 남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개표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02년의 이맘때, 아파트 단지 내에서 퍼지던 함성을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도 월드컵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온통 월드컵이었습니다. 시청 앞 광장의 열기를 느낄 순 없었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 느껴지던 열기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2002년 월드컵을 20대의 내가 볼 수 있었다면 어떤 감정일까. 아쉬움이 남지만 20대를 넘어 월드컵을 시청한 세대가 부럽습니다. 
 
다시 2026년. 지금의 월드컵은 감흥이 없습니다. 최악의 경기력. 감독의 능력 부족과 인맥 축구 등, 나무랄 점이 너무 많습니다.
 
2002년의 영웅이었던 선수가, 2026년 감독으로서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낸 겁니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영광'까지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 시절의 영광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는 지금의 감독에 대해서는 거센 비판을 내놓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마저 해치지는 않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를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만들어온 윗세대의 역사를 존중합니다. 대신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영광만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못합니다.
 
정부·여당이 6·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를 놓고 분석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지지층의 이탈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2030세대의 이탈입니다. 
 
이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책으로 배운 세대입니다. 민주화 세대의 영광은 인정하지만, 현재로까지 이어지는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과거의 민주화 서사만으로 현재의 정치인을 평가하지 않느냐는 점이 분명해 보입니다. 되레 과거의 서사만을 가지고 가르치려 드는 그들에 대한 피로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지층은 증축을 원했다고요. 과거의 영광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영광이 현재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낸 메시지는 '증축'이 아니라 '재건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은 과거는 과거로 두고,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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