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연일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시 활황에 무리해서라도 자산을 불려보겠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챗GPT)
증권사에서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는 지난달 말 기준 38조원에 달했습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17조9000억원 더 많은 규모입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증권담보대출도 지난달 26조3000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보다 5조9000억원 많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말 주식 매수를 위한 차입·레버리지 투자 잔액은 419조5000억원에 육박했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43조336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가까운 지인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3억원을 빌려 새 종목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이 지인은 한 종목에 집중 투자했고 그 결과 일주일 사이에 1억원 가까운 평가손실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호재 관련 기사들을 보고 판단해 과감하게 투자했지만 거액이 들어간 만큼 손실 폭도 큰 상황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지인의 형편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가진 재산으로 베팅을 하는 아주 위험한 결정이라고 저는 느꼈지만, 지인은 이번을 기회로 삼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형편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여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 또한 망설여졌습니다.
금융당국도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는 면밀한 투자 판단과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코스피 시장을 두고 말리기만 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지인은 손실로 당장은 속상해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제가 나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괜히 제가 나섰다가 매도 후 증시가 오르면 '훼방꾼'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만에 하나 투자가 대박이 나면 원망을 사기 십상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낯설지 않습니다. 부동산 상승기에도, 코인 열풍 때도 시장이 달아오를 때마다 주변의 누군가는 늘 이 경계선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은 불안하고 당사자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지금의 장에서 제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맞을까요? 투자 결정보다 걱정을 꺼내는 대화가 어째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