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이 일찍 끝났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사퇴 발표 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장하는 모습까지,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히 성적이 나빴기 때문만은 아닌 듯합니다.
홍 감독은 남아공전에서 왜 갑자기 경기력이 떨어졌는지 자신과 코칭스태프 모두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되돌아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경기라고도 했습니다.
감독이 경기의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팀을 준비하고, 선수를 선발하고, 전술을 결정한 감독의 입에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답이 나오니 허탈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여러 곳에 한국 대표팀의 탈락 원인을 물어봤습니다. 표현은 달랐지만 답은 비슷했습니다. 공을 가지고도 공격 방법이 보이지 않았고, 경기 운영은 수동적이었으며, 선수 개인의 기량에 의존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계획이 통하지 않을 때 꺼낼 다음 해법도 부족했다고 했습니다.
생성형 AI에 "우리나라가 월드컵 32강에도 못 갔어.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라고 물은 뒤 받은 답변. 왼쪽부터 ChatGPT, Gemini. (이미지=ChatGPT, Gemini)
AI 분석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축구를 직접 지휘하지 않은 AI 조차 몇 가지 문제를 짚어내는데, 정작 감독은 패배의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외부에서 쉽게 보인 문제를 내부에서는 왜 보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묘하게 대비되는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는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 선수가 될까 봐 겁난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홈런을 노리는 타격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했고, 다른 선수의 타격 자세를 따라 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털어놨습니다.
한 사람은 패배한 뒤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잘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문제를 찾고 바꾸려 했습니다.
물론 국가대표팀 감독과 프로야구 선수의 상황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말에서는 실패와 성장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는 것은 다릅니다. 사과는 결과가 나온 뒤 말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자기 진단은 그동안 옳다고 믿었던 판단과 방식을 하나하나 의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원인을 모르면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지겠다"는 말이 의미를 가지려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장은 실패를 겪었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다음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만 남습니다.
한 사람은 진 뒤에도 원인을 알지 못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이긴 뒤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찾았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어쩌면 32강 탈락이라는 결과보다, 그 실패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