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K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K-팝과 K-드라마, K-뷰티를 넘어 K-반도체까지, 'K'가 붙으면 세계가 주목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을 상징하는 수식어에 불과했던 K는 이제 경쟁력과 신뢰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K가 또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는 것입니다. 바로 'K자 양극화'입니다. K가 한국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하나는 국가 경쟁력을 높인 긍정의 K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곳곳의 격차를 뜻하는 부정의 K입니다. 같은 글자지만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긍정의 K는 분명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K-반도체입니다. 중동 전쟁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가 주요국에 비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었습니다. K-뷰티 역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지난달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4.2% 증가한 11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국제노동기구(ILO) 산하 국제훈련센터(ITCILO)와 공동으로 '디지털 경제 직업기술교육훈련 석사과정'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협의를 이어왔지만 성사되지 않았던 사업이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힘입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정의 K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K자 양극화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지수는 4.0% 상승한 반면 서울은 11.9% 올랐습니다.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고 이제는 1만 선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은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는 성과는 아닙니다.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은 자산이 불어나지만,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 투자조차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식시장 호황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자산시장의 상승이 오히려 격차를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개의 K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K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균열과 양극화를 보여주는 K입니다.
이제는 K의 성공에만 만족할 때가 아닙니다. K-반도체와 K-뷰티가 만들어낸 성장의 성과를 어떻게 더 많은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논의되는 초과세수 활용 방안도 단순한 경기 부양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와 자산·지역 격차를 완화하는 데 쓰일 때 긍정의 K는 부정의 K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