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는 서로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환호했습니다. 사상 첫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같은 90분이었지만 한 팀은 새로운 역사를 썼고, 다른 한 팀은 깊은 허탈함을 안았습니다.
이번 패배가 더 아쉬운 이유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습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팬들은 압도적인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국다운 경기는 보여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커지지 않았습니다. 공격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경기를 주도한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후반 손흥민을 투입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습니다. 스코어는 0대1이었지만 팬들이 느낀 답답함은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감독이라면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번 패배를 감독 개인의 판단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국 축구가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장면을 반복해 왔습니다.
중요한 경기만 되면 답답한 공격,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경기 운영,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조직력. 선수들의 이름은 화려하지만 팀으로는 그 기대를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그래서 팬들의 실망도 이번 경기 하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승리를 자국 축구 역사에 남을 순간으로 평가했고 팬들은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을 축제처럼 즐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할 하루가 됐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곱씹게 될 하루가 됐습니다.
경기 직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책임 공방만으로 한국 축구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감독 한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우리는 이미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은 단순히 승점 3을 놓친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왜 중요한 순간마다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한 경기였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은 두 팀 모두에게 똑같이 울렸습니다. 하지만 그 휘슬이 남긴 의미는 달랐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고, 한국에는 다시 처음부터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경고였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언제나 승리만은 아닙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 그리고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패배가 한국 축구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면 오늘의 아픔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환호와 침묵이 엇갈렸던 오늘의 풍경은 또 다른 중요한 경기에서 다시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전신 기자 = 24일(현지 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에서 남아공 마세코에 선제골을 허용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