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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투시도로 짓지 않는다
입력 : 2026-06-25 오후 2:02:01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전경.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목동 재건축 수주전이 뜨겁습니다. 공사비만 30조원인 목동 신시가지, 압구정, 잠실 한강변, 성수까지 서울 곳곳에 브랜드 홍보관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 정반대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습니다. 건설업을 지탱하는 건설현장입니다. 
 
올해 들어 건설업체 폐업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6월 기준 종합·전문 건설사를 합쳐 1744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17% 넘게 많은 수치입니다. 철근을 엮고 미장을 바르고 방수를 책임지는 하도급 전문건설사가 하루 평균 1.6곳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폐업만 1088건으로, 1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1000건을 넘어섰습니다.
 
인력 구조는 더 심각합니다. 현재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52.2세. 올해 2월 60대 이상 기술인이 40대를 처음 추월했고, 20대 이하 비중은 5%에 불과합니다. 현장 근로자 8명 중 1명은 외국인이며, 그 중 절반 이상은 불법 체류자로 추산됩니다. 현장 소장들의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이라도 없으면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이제 하소연이 아닌 현실입니다.
 
이 두 풍경이 같은 산업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지금 한국 건설업의 모순을 압축합니다.
 
브랜드 홍보관은 화려해졌지만, 홍보관이 약속하는 '명품 시공'을 실제로 구현할 인력과 하도급 생태계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래미안을 내걸고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를 앞세우는 동안, 그 아파트를 실제로 짓는 철근공과 미장공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원도급사의 브랜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데, 하도급 단가는 공사비 급등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수십 년 전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건설 산업 위기를 이야기할 때 보통 PF 부실이나 미분양을 먼저 떠올리지만 긴 호흡에서 보면 건설 산업의 진짜 균열은 기초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명품 아파트는 명품 시공이 필수 입니다. 내국인 기능인력 유인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면 10년 뒤 홍보관 속 투시도는 그저 그림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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