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움직입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오래된 말이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난 10년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청년은 약 59만명에 이릅니다. 지방을 떠나는 청년에게 지역에 남으라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아도 배울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17일 뉴스토마토 창립 20주년 포럼에서 확인된 숫자는 냉정했습니다. 국내 유니콘 기업 27개 중 26개가 수도권에 있고, 벤처캐피탈의 94.5%도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창업할 곳도, 투자받을 곳도, 성장할 시장도 수도권에 쏠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청년에게 지역에 남으라고 하는 말은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에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인재가 지방에 머물 이유가 약한 것입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혁신도시를 만들었고,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도 의무화했습니다. 대학과 지역을 묶는 RISE 체계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곧바로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재정학회 연구에 따르면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이후 지방대 졸업생의 전체 기업 취업 확률은 제도 도입 이전보다 약 4.1%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관을 옮기고 채용 비율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우수 해외인재 육성·정주여건 개선 토론회'도 같은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보여줍니다. 해외 인재 정책 또한 이제는 얼마나 데려오느냐보다 얼마나 머물게 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외국인 이공계 대학원생이 한국에서 연구자로 일하고 싶어도 한국어 소통, 연구 행정, 기업 채용 부담, 가족의 교육과 생활 문제가 막히면 정착은 어렵습니다. 해외 인재에게 필요한 조건은 국내 청년에게도 그대로 필요합니다.
결국 국내 인재 정착과 해외 인재 유치는 따로 갈 수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맡기고 키울 수 있어야 하며, 병원과 교통, 문화생활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낯선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 지역사회 분위기도 필요합니다. 국내 청년이 떠나는 지역이라면, 해외 인재도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정주여건만 말해서는 부족합니다. 일본은 10년간 지방창생정책을 추진했지만 도쿄 일극 집중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집을 고쳐주고 문화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과 산업이 와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옵니다. 정주여건 개선과 기업 유치가 같이 가야 비로소 지역에 사람이 남습니다.
이동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막아서도 안 됩니다. 정책이 해야 할 일은 지방을 떠나는 사람을 붙잡는 게 아니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만드는 일입니다. 지방에 남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다는 안심,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인재가 지방에 머물 이유는 바로 거기서 시작됩니다.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