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즘 길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에 프랜차이즈밖에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되면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는 적지 않은 손님이 앉아 있다. 긴 줄이 늘어선 정도는 아니더라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골목 안쪽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한산하다. 맛이 없어서도, 서비스가 나빠서도 아닐 텐데 손님들의 발길은 유독 프랜차이즈로 향한다.
실제 통계를 봐도 그렇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맹본부와 브랜드, 가맹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전체 음식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결국 음식점 시장에서 살아남는 곳은 프랜차이즈이고, 사라지는 곳은 비프랜차이즈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프랜차이즈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다. 낯선 지역에 가더라도 메뉴와 가격, 서비스 수준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될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보다 검증된 선택을 선호한다. "맛집을 찾아 모험하기"보다 "아는 브랜드를 선택하기"가 더 합리적인 소비가 되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프랜차이즈의 장점은 분명하다. 본사의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운영 노하우와 식자재 공급망도 확보할 수 있다. 최근처럼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더욱 큰 경쟁력이 된다. 개인 식당이 혼자 감당해야 할 일들을 프랜차이즈는 조직적으로 해결해준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거리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는 효율적이지만 획일적이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비슷한 간판, 비슷한 메뉴, 비슷한 인테리어가 반복된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지만, 지역만의 개성과 독창성은 점차 설 자리를 잃는다.
자영업 위기를 단순히 경기 침체 탓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불황 때문만이 아니다. 브랜드화와 플랫폼화,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전환이다. 프랜차이즈가 성장하는 동안 개인 식당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모든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성장을 막을 수는 없다. 소비자의 선택을 되돌릴 수도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다른 지점에 있다. 개인 식당과 소상공인이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갖춰져 있는지, 플랫폼과 상권 구조가 지나치게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언젠가부터 거리에 프랜차이즈만 보인다는 느낌은 기분탓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 자영업 시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사라지는 것이 단지 몇몇 식당의 간판이 아니라, 골목의 다양성과 지역의 색깔일 수도 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